신반포 2차 아파트에서,
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를 기록하다.
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는 도시의 변두리에서, 때로는 한복판에서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. 나는 그 건축물들 속에서 묘한 미적 끌림을 느낀다. 반복되는 흰색 벽면, 복도식 구조의 리듬감, 그 사이를 비집고 자란 나무들 —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숲처럼 느껴졌다.
신반포2차, 등촌주공, 한강현대아파트. 서울 도시 개발사의 압축이라 할 수 있는 이 아파트들은 70~80년대 급격한 인구 증가를 수용하기 위해 빠르게 지어진, 단순하고 기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. 하지만 바로 그 ‘단순함’에서 오늘날의 도시에서 보기 힘든 정직하고 날것의 감각이 느껴졌다.
나는 이 작업을 통해, 곧 사라질 수도 있는 아파트들의 외형과 그 속에 남은 사람들의 흔적을 기록하고자 했다. 50mm 렌즈로, 가능한 한 눈의 시선에 가깝게 그 구조를 담았다. 이 아파트들은 누군가에게는 유년기의 기억이자 고향 같은 공간이다. 무표정해 보이는 외벽 너머로, 시간의 결이 묻어나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싶었다.
이 기록은 단지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,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향한 사적인 경의이기도 하다.